2025년 2월 25일 아침.

전날 묵었던 호텔 게이시르(Hótel Geysir)에 차를 그대로 둔 채 게이시르 지열지대(Geysir Geothermal Area)까지 걸어갔다.

관련 모먼트 호텔 게이시르, 발코니 너머로 수증기가 피어오르던 첫날밤

입구부터 분위기가 달랐다. 눈이 얇게 남은 땅 사이로 뜨거운 물이 흐르고 있었고, 물길 위에서는 하얀 김이 계속 피어올랐다.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인데 이미 평범한 아침 산책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게이시르 지열지대 입구의 얕은 물길 위로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겨울 풍경
숙소에서 걸어 나와 처음 마주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물길 직접 촬영 · 2025-02-25

입구 한쪽에는 보행로 공사 안내판도 남아 있었다. 공식 자료를 다시 찾아보니 방문 직전인 2024년 가을 새 산책로의 1단계가 완료되면서 이전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지열지대 일부가 새로 개방됐고, 이후 단계 공사도 이어지는 중이었다.

게이시르 지열지대의 산책로 공사와 동선을 안내하는 현장 안내판
방문 당시 입구에서 볼 수 있었던 게이시르 보행로 공사 안내 직접 촬영 · 2025-02-25

사람들이 기다리던 곳, 스트로쿠르

조금 더 걸어 들어가자 갑자기 사람이 많아졌다.

넓은 지열지대 한쪽에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 서 있었는데, 별다른 설명을 보기도 전에 ‘저기구나’ 싶었다.

게이시르라는 이름은 영어 단어 ‘geyser’의 어원이 된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 이곳에서 사람들이 분출을 기다리는 주인공은 대게이시르(Great Geysir)가 아니라 그 남쪽의 스트로쿠르(Strokkur)다. 공식 관광 안내는 대게이시르는 현재 거의 활동하지 않는 반면, 스트로쿠르는 대략 10분 안팎의 간격으로 분출하며 물기둥이 높게는 약 30m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게이시르 지열지대에서 스트로쿠르의 분출을 기다리는 사람들과 크게 피어오른 수증기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있는 걸 보고 바로 알아챈 스트로쿠르 직접 촬영 · 2025-02-25

나도 사람들 사이에서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물이 한 번 ‘쇽’ 하고 올라왔다. 폭죽이 제대로 터지지 않은 것처럼 생각보다 작아서 순간 “이게 끝인가?” 싶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그대로 서 있길래 조금 더 기다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아까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큰 물기둥이 한 번에 위로 솟구쳤다. 물과 수증기가 터져 나오듯 올라가는 장면은 사진 한 장보다 움직임으로 볼 때 훨씬 강했다.

스트로쿠르의 물이 갑자기 높게 솟구치며 분출하는 모습
작은 분출 뒤 조금 더 기다려 만난 스트로쿠르의 큰 분출 직접 촬영 · 2025-02-25

몇 분을 기다린 뒤 이런 장면을 보고 나니, 이 분출이 하루 종일 계속 반복된다는 사실이 더 신기하게 느껴졌다. 한 번 보고 바로 자리를 뜨기보다 조금 더 기다려보고 싶은 이유도 이해됐다. 실제 방문 후기들을 봐도 분출마다 높이가 달라 여러 번 지켜봤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분출 하나로 끝나는 곳은 아니었다

스트로쿠르를 보고 나서 주변 산책로를 따라 더 걸었다.

처음에는 분출하는 간헐천 하나가 이곳의 전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걸어볼수록 지열지대 전체가 더 기억에 남았다.

곳곳에 뜨거운 물이 고인 웅덩이가 있었고, 투명하거나 푸른빛이 도는 물 위로 수증기가 계속 올라왔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도 땅 사이사이에서 하얀 김이 피어올랐다.

게이시르 지열지대의 푸른 온천수 웅덩이 뒤로 짙은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분출하는 간헐천 주변으로 계속 이어지던 뜨거운 물과 수증기 직접 촬영 · 2025-02-25
눈이 남은 게이시르 지열지대에서 옅은 푸른색 온천수와 수증기가 보이는 풍경
회색빛 겨울 풍경 사이에서 유난히 눈에 들어왔던 푸른 온천수 직접 촬영 · 2025-02-25

게이시르 일대는 2020년부터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고, 공식 안내는 지열 지형 보호와 안전을 위해 표시된 산책로를 따라야 한다고 안내한다. 현장에서 보니 그 이유가 바로 이해됐다. 멀쩡해 보이는 땅 바로 옆에서도 뜨거운 물과 증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산책로를 따라 조금 높은 쪽으로 올라가면 지열지대를 넓게 내려다볼 수도 있었다. 공식 안내에는 인근 라우가르피아틀(Laugarfjall)로 이어지는 완만한 순환 산책로와 전망대도 소개되어 있다.

게이시르 지열지대의 온천수와 수증기 너머로 평야가 내려다보이는 겨울 풍경
조금만 걸어도 시야가 넓어지며 한눈에 들어오던 지열지대 직접 촬영 · 2025-02-25

눈이 내리기 시작한 아침 산책

산책을 이어가는 동안 눈도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갈색 땅과 푸른 온천수, 하얀 수증기만으로도 낯선 풍경이었는데 바닥에 눈이 얹히기 시작하자 분위기가 더 선명해졌다. 수증기 너머 풍경이 흐려졌다가 다시 드러나는 걸 보며 천천히 걸었다.

눈이 내리기 시작한 게이시르 지열지대의 넓은 산책로와 여러 수증기 기둥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더 아이슬란드답게 느껴졌던 아침 풍경 직접 촬영 · 2025-02-25

숙소 바로 앞에서 가볍게 시작한 산책이었지만 생각보다 볼 것이 많았다.

처음에는 스트로쿠르가 얼마나 높이 솟는지만 궁금했다. 돌아갈 때는 오히려 김이 피어오르는 물길과 여러 온천수 웅덩이, 그 사이를 걷던 시간이 더 길게 남았다.

게이시르는 스트로쿠르의 한 번의 분출을 보러 갔다가, 지열지대 전체를 천천히 걷게 된 아침이었다.

이어서 보기 굴포스, 넓은 물줄기가 협곡으로 꺾여 떨어지던 겨울 폭포

PRACTICAL INFO

  • 장소: Geysir Geothermal Area, Haukadalur, Iceland
  • 방문: 2025-02-25 오전
  • 스트로쿠르: 현재 공식 관광 안내 기준 약 10분 안팎의 간격으로 분출하며, 물기둥은 높게는 약 30m까지 올라갈 수 있다. 실제 간격과 높이는 매번 달라질 수 있다.
  • 대게이시르: 현재는 거의 활동하지 않으며, 현장에서 규칙적으로 분출하는 간헐천은 주로 Strokkur다.
  • 산책: 지열지대에는 여러 온천, 웅덩이와 수증기 지대가 이어지며, 인근 Laugarfjall 방향 산책로와 전망대도 있다.
  • 안전: 보호구역 내에서는 반드시 표시된 산책로를 따른다. 온천수에 들어가거나 돌·동전 등 물건을 던지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다.
  • 보행로: 공식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0월 새 산책로 1단계가 완공되어 기존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지열지대 일부가 추가로 개방됐다.
  • 내 동선: Hótel Geysir 투숙 중이라 차는 숙소에 두고 지열지대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이는 호텔 투숙 당시의 개인 동선이며 일반 방문객 주차 안내는 아니다.
  • 겨울: 눈과 결빙, 수증기로 시야와 노면 상태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현장 표지와 통제선을 우선한다.
  • 정보 확인일: 2026-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