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24일. 케플라비크 공항에서 렌터카 여행을 시작한 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파그라달스피아틀 화산(Fagradalsfjall Volcano) 지대였다.

레이캬네스 반도에서 화산 활동이 이어져 왔다는 이야기를 보며, 운이 좋으면 멀리서라도 용암이 흐르는 장면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실제 방문에서는 흐르는 용암을 만나지 못했지만, 첫 목적지로 잡은 이유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꽤 오래 기억에 남았다.

넓은 주차장에서 시작한 첫 트레킹

주차장은 처음 봤을 때 넓은 공터처럼 느껴졌다. 차를 세우고 주변을 둘러보니 건물이나 나무보다 검은 땅과 낮은 산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파그라달스피아틀 화산 지대의 넓은 주차 공간과 주변 능선

차에서 내리자마자 넓은 땅과 화산 능선이 먼저 보였던 출발 지점 직접 촬영 · 2025-02-24

생각보다 바람이 강했다. 고글을 쓰고 등산화와 방한 장비를 챙겼고, 혹시 몰라 가져간 등산 폴대도 들고 출발했다. 겨울의 아이슬란드답게 햇빛은 맑았지만 바람이 불 때의 체감은 전혀 달랐다.

현장 안내판에는 여러 갈래의 트레일과 거리, 예상 시간이 표시되어 있었다. Fagradalsfjall은 하나의 짧은 산책로가 아니라 여러 전망 지점과 과거 분화 지역으로 이어지는 코스가 나뉘어 있는 곳이다.

파그라달스피아틀 화산 지대의 여러 하이킹 루트가 표시된 현장 지도

여러 전망 지점과 화산 지대로 이어지는 코스가 표시된 현장 지도 직접 촬영 · 2025-02-24

공식 안내 역시 이곳의 트레일을 자갈길, 울퉁불퉁한 지면, 용암 지대와 가파른 언덕이 섞인 코스로 설명한다. 내가 걸었던 날도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꽤 오래 올라가야 했다.

조금 올라가자 아이슬란드가 넓게 보였다

고도를 조금 올리자 시야가 빠르게 열렸다. 푸른 하늘 아래 낮은 화산체와 검은 평원, 그 사이의 초록빛 땅이 멀리까지 이어졌다.

파그라달스피아틀에서 내려다본 검은 화산 평원과 푸른 하늘

조금 올라선 뒤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레이캬네스의 화산 풍경 직접 촬영 · 2025-02-24

멀리서 볼 때는 단순한 검은 땅처럼 보이던 곳도 가까이 가면 표면이 제각각이었다. 거칠게 굳은 검은 지형 옆으로 갈색 돌밭이 이어지고, 낮은 곳에는 오래 굳은 용암이 흘렀던 흔적처럼 보이는 넓은 골이 남아 있었다.

검고 거칠게 굳은 파그라달스피아틀의 용암 지형

걷다 보니 흙과 자갈 대신 검고 거친 지면이 넓게 이어지기 시작했다 직접 촬영 · 2025-02-24

검게 굳은 화산 지형이 골짜기를 따라 이어지는 파그라달스피아틀 풍경

색과 질감이 확연히 달라 보였던 검은 화산 지형과 주변 돌밭 직접 촬영 · 2025-02-24

어떤 구간은 돌 사이가 푹신한 초록 이끼로 덮여 있었다. 검은 화산암과 초록빛 이끼가 한 화면에 섞이는 모습이 아이슬란드답게 느껴졌다.

햇빛 아래 초록 이끼가 덮인 파그라달스피아틀의 화산암 지대

거친 돌 사이를 덮고 있던 푹신한 초록빛 이끼 직접 촬영 · 2025-02-24

검은 땅 사이에서 올라오던 하얀 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가장 신기했던 건 검은 지면 곳곳에서 하얗게 김이 올라오던 장면이었다.

파그라달스피아틀의 검은 화산 지형 사이에서 하얀 김이 올라오는 모습

검은 지면 곳곳의 틈을 따라 하얀 김이 이어지던 구간 직접 촬영 · 2025-02-24

당시에는 온천수 때문인지 지열 때문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돌틈 가까이 손을 가져갔을 때는 따뜻한 기운이 올라오는 것도 느꼈다. 다만 공식 안전 안내를 다시 확인해보니 화산 지대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스와 지면 아래의 열이 위험할 수 있다. 지금 다시 간다면 갈라진 틈이나 김이 올라오는 곳에 손을 가까이 대기보다 표시된 길에서 거리를 두고 볼 것 같다.

흐르는 붉은 용암은 결국 보지 못했다. 그래도 이미 굳어버린 검은 땅과 수증기, 이끼가 한 공간에 섞여 있는 모습을 직접 걸으며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낯선 경험이었다.

넓은 화산암 지대 한가운데 서서 바라본 레이캬네스 반도의 전경

한참 올라온 뒤 뒤돌아보니 멀리까지 이어지던 레이캬네스의 풍경 직접 촬영 · 2025-02-24

아이슬란드 여행의 첫 장소로 꽤 강한 시작이었다. 폭포나 빙하를 보기 전부터, 이 섬의 땅 자체가 화산 활동으로 계속 바뀌어 왔다는 사실을 발밑에서 먼저 느낄 수 있었다.

이어서 보기 씽벨리어 국립공원, 광활한 풍경 끝에서 만난 첫 폭포

PRACTICAL INFO

  • 장소: Fagradalsfjall Volcano, Reykjanes Peninsula, Iceland
  • 지역: Grindavík 인근, Reykjanes Peninsula
  • 방문일: 2025-02-24
  • 주차: 현재 공식 안내 기준 P1과 P2 주차장을 이용하며, 주차요금은 24시간 기준 1,000 ISK다. 결제 방식과 운영 상태는 방문 전에 다시 확인할 것.
  • 트레일: 여러 코스가 있고 목적지에 따라 거리가 크게 달라진다. 공식 안내는 자갈길, 울퉁불퉁한 지면, 용암 지대와 가파른 언덕이 포함된 도전적인 지형으로 설명한다.
  • 겨울 장비: 방풍·방수 겉옷, 보온 레이어, 장갑·모자, 따뜻하고 방수되는 등산화가 권장된다. 트레킹 폴은 울퉁불퉁한 지형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 물과 간식: 공식 겨울 하이킹 안내는 트레킹 시간 동안 마실 충분한 물과 에너지 보충용 간식을 준비하도록 안내한다.
  • 화장실: 공식 안내상 P1·P2 주차장에는 보통 이동식 화장실이 마련되지만, 현장 운영은 달라질 수 있다. 트레일 안쪽에는 시설을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 화산 지형: 새 용암은 겉이 굳어 보여도 내부가 매우 뜨거울 수 있다. 공식 안내는 용암 위를 걷지 말고 표시된 길을 이용하도록 안내한다.
  • 가스·통제: 방문 전 SafeTravel과 현지 공식 안내에서 화산 활동, 가스 예보, 날씨와 트레일 통제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접근이 예고 없이 제한될 수 있다.
  • 정보 확인일: 2026-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