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26일. 레이니스피아라의 검은 모래와 주상절리를 구경한 뒤, 이번에는 비쿠르피아라(Víkurfjara) 해변과 비크(Vík) 마을로 향했다. 지도에서는 조금 전 다녀온 해변 바로 옆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같은 날 비슷한 검은 해변을 연달아 가는 일정이었지만, 실제로 가 보니 두 장소에서 남은 기억은 꽤 달랐다.

관련 모먼트레이니스피아라, 눈발 속 검은 모래와 거센 파도

지도에서는 가까웠지만, 차로는 돌아가야 했던 길

레이니스피아라에서 비쿠르피아라까지 금방 갈 줄 알았다. 바다를 따라 조금만 이동하면 닿을 것 같았는데, 내비게이션은 해안을 따라가는 대신 산 뒤쪽으로 크게 돌아가는 길을 안내했다. 레이니스피아틀(Reynisfjall) 지형이 사이에 있어 차로 바로 건너갈 수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이동하는 데는 약 20분이 걸렸다. 같은 바다를 마주한 두 해변이 지도에서는 붙어 있는 것처럼 보여도, 차로 움직일 때는 이야기가 달랐다. 아이슬란드에서 여러 장소를 이동할 때 지도에 보이는 거리보다 도로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먼저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보라가 지나고 햇빛이 비친 해변

비쿠르피아라에서는 주차한 곳에서 조금만 걸으면 곧바로 해변이 나왔다. 레이니스피아라에서는 눈길을 한참 걸어야 했기 때문에 접근하기는 오히려 이쪽이 편했다. 하지만 날씨는 전혀 편하지 않았다. 눈발이 조금 전보다 더 거세졌고, 검은 모래는 곳곳이 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다. 바다에서도 굵은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왔다.

눈이 쌓인 비쿠르피아라의 검은 모래 해변
눈이 쌓여 검은 모래가 거의 가려져 있던 해변직접 촬영 · 2025-02-26

처음에는 하얗게 쌓인 눈 때문에 검은 모래 해변이라는 느낌이 강하지 않았다. 눈이 날리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조금 전 레이니스피아라와 같은 남쪽 해안이라는 사실은 분명한데도 풍경은 다르게 느껴졌다. 가까이에서 들려오는 파도와 눈발이 이어지는 동안 해변의 모습도 계속 달라졌다.

비쿠르피아라 해변 위로 흩날리는 눈
눈발 속의 비쿠르피아라직접 촬영 · 2025-02-26

그러다 구름 사이로 햇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눈에 가려져 있던 검은 모래가 조금씩 드러났고, 바다 건너편에는 레이니스드랑가르(Reynisdrangar)의 바위 기둥들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전에는 그 주변을 직접 걸어 다녔는데, 이제는 비크 쪽에서 멀리 바라보고 있었다. 같은 지형을 반대편에서 보니 두 해변의 위치 관계가 더 실감났다.

햇빛 아래 비쿠르피아라와 멀리 보이는 레이니스드랑가르
구름이 걷히며 드러난 바위 기둥직접 촬영 · 2025-02-26
비쿠르피아라 검은 해변으로 밀려드는 파도
또 다른 검은 해변의 파도직접 촬영 · 2025-02-26

두 곳을 연달아 방문한 입장에서 검은 해변을 한 곳만 선택해야 한다면 레이니스피아라가 더 좋았다. 주상절리와 동굴처럼 패인 현무암 절벽까지 볼 수 있어 풍경이 훨씬 다채로웠기 때문이다. 비쿠르피아라도 눈보라가 걷히며 햇빛이 들어온 순간은 아름다웠지만, 해변 자체만 비교하면 내 취향은 레이니스피아라 쪽이었다. 다만 이것은 2025년 방문 경험을 바탕으로 한 비교다. 이후 해안 침식과 출입 제한으로 현재 관람할 수 있는 범위는 달라졌을 수 있다.

비크에서 더 오래 남은 건 작은 짚라인

해변을 둘러본 뒤에는 비크 마을로 이동해 주변을 구경했다. 눈이 쌓인 길과 낮은 건물들이 이어지는 작은 마을이었다. 조금 전까지는 검은 모래와 높은 절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마을로 들어오니 사람들이 일상을 보내는 공간이 나타났다. 유명한 관광지를 보러 다니던 흐름에서 잠시 벗어난 느낌이었다.

눈 덮인 비크 마을의 거리와 건물
눈 덮인 비크 마을직접 촬영 · 2025-02-26

그러다 학교 근처에서 길게 설치된 놀이용 짚라인을 발견했다. 아이슬란드의 작은 마을에서 이런 놀이시설을 만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협곡을 가로지르는 관광 투어나 특별한 액티비티가 아니라, 놀이터에 있는 비교적 소박한 시설이었다. 궁금해서 직접 타 봤는데, 눈이 쌓인 풍경 속에서 몸이 앞으로 미끄러져 가는 순간이 의외로 재미있었다.

2025년 비크 마을 학교 근처의 놀이용 짚라인 체험 장면
예상하지 못했던 마을의 작은 짚라인직접 촬영 · 2025-02-26

레이니스피아라의 거대한 파도나 비쿠르피아라의 겨울 바다와는 전혀 다른 즐거움이었다. 일정표를 보고 찾아간 명소가 아닌데도, 돌이켜보면 비크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바로 이 짚라인이다. 단, 이것은 2025년에 이용했던 개인적인 경험이며, 학교 인근 시설이 현재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비크 지역에서 운영하는 상업용 짚라인 투어와도 다른 시설이다.

눈 쌓인 비크 마을의 건물과 길
마을에서 마주한 겨울 풍경직접 촬영 · 2025-02-26

마을 구경을 마친 뒤 비크에서 주유하고 다음 목적지로 출발했다. 그날은 레이니스피아라의 거대한 현무암 지형을 먼저 보고, 비쿠르피아라에서 눈보라와 햇빛이 번갈아 비추는 바다를 만났다. 그리고 마지막에 들른 비크 마을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짧은 짚라인을 탔다. 같은 날 이어진 여정이었지만, 비크를 떠올리면 검은 해변보다 그 소소한 순간이 먼저 기억난다.

PRACTICAL INFO

  • 장소: Víkurfjara Black Sand Beach 및 Vík í Mýrdal, South Iceland
  • 방문: 2025-02-26
  • 이동: Reynisfjara와 Víkurfjara 사이에는 Reynisfjall 지형이 있어 도로 우회 필요
  • 당시 소요: Reynisfjara에서 차량 약 20분(2025년 개인 경험)
  • 편의시설: 비크 마을 내 주유 및 생활 편의시설
  • 짚라인: 학교 인근 놀이시설. 현재 공공 개방·이용 가능 여부 미확인
  • 안전: 해안 파도, 겨울철 눈·결빙 및 현장 출입통제 주의
  • 정보 확인일: 2026-10-10